공공데이터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다가 깨달은 것들
"공공데이터 API로 정보성 사이트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아이디어를 하나씩 검증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알게 됐습니다. 비슷한 걸 생각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정리해봅니다.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이미 있었습니다
주식 데이터로 시작했습니다. 배당일정, 배당수익률 같은 정보를 모아 '배당 캘린더'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관련 앱과 웹서비스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게다가 증권사 API로 받아오는 시세 데이터 자체가 실시간이 아니라 하루 늦게 갱신되는 경우가 많아서, '오늘의 상승률 TOP' 같은 콘텐츠는 애초에 '오늘'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래서 채용정보 쪽으로 방향을 틀어봤습니다. '공공기관 채용정보만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는 어떨까 싶었는데, 이미 정부가 공식 통합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고 민간 대형 채용 플랫폼들도 전용 코너를 따로 만들어두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내 자격증으로 지원 가능한 공고만 필터링'해주는 기능까지 정부 플랫폼에 AI 기반으로 이미 들어가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몇 번 반복해서 겪다 보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공공데이터가 무료로 공개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데이터의 가치를 아는 누군가가 먼저 손을 댔다는 신호였습니다. 데이터를 만든 정부기관 스스로가 원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거나, 그 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걸 알아챈 민간 기업이 진작 API를 가져다 서비스를 만들어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데이터를 가져다가 보여주기만 하는' 수준의 아이디어는 이제 대부분 임자가 있다고 보는 편이 맞았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문이 닫힌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검증 과정에서 예외도 하나 발견했습니다. 상권분석 데이터의 경우, 공식 플랫폼이 무료로 존재하는데도 민간 API 재판매 업체에 비용을 내고 데이터를 받아가는 기업들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이는 공식 플랫폼의 UX나 API 접근성이 실무에 쓰기엔 부족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즉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찾는 것보다, '이미 있는데 불편한 것을 더 편하게 재구성'하는 쪽에는 여전히 여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결국 지금은 '아무도 안 다룬 주제'를 찾는 대신, 실제로 겪은 시행착오를 소재로 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글도 그 방식으로 쓴 글 중 하나입니다.